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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값싸고 좋은 현미경으로 ‘1인 1현미경’ 합시다~”

국무총리상 받은 충북과학고 2학년 박규열 군

[전국학생과학발명품경진대회] “값싸고 좋은 현미경으로 ‘1인 1현미경’ 합시다~”

| 입력 2015년 07월 29일 17:05 | 최종편집 2015년 07월 30일 07:00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박규열 군이 29일 자신의 발명품 ‘빔 스플리터를 이용한 이중반사식 현미경’을 설명하고 있다. 박 군은 값싸고 효율적인 개인 현미경을 구상하다 이 작품을 발명했다고 밝혔다. -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제공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박규열 군이 29일 자신의 발명품 ‘빔 스플리터를 이용한 이중반사식 현미경’을 설명하고 있다. 박 군은 값싸고 효율적인 개인 현미경을 구상하다 이 작품을 발명했다고 밝혔다. - 최혁중 동아일보 기자 sajinman@donga.com

“학교에서 현미경 관찰 실험을 할 때가 종종 있어요. 그런데 현미경 한 대를 4명이 같이 써야 합니다. 접안렌즈에 눈을 대고 ‘아, 보이네!’ 하고 나면 바로 다음 친구에게 현미경을 넘겨줘야 해서 늘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1인 1현미경’이 가능한 값싸고 좋은 현미경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빔 스플리터를 이용한 이중반사식 현미경 개발’로 국무총리상을 받은 충북과학고 2학년 박규열 군은 현미경을 맘 편하게 실컷 쓰고 싶다는 생각으로 현미경 개발에 뛰어들었다.
 

학교에서 제공하는 현미경은 대당 가격이 120만 원을 넘었다. 가격을 낮추려면 대물렌즈에 저배율 렌즈를 쓰는 게 유리했다. 저배율 렌즈 하나로 고배율 렌즈를 사용한 효과를 낼 순 없을까. 렌즈로 한번 확대된 상(像)을 동일한 렌즈로 한 번 더 확대되도록 설계하면 될 것 같았다.
 

그때 박 군은 ‘빔 스플리터(Beam Splitter)’를 떠올렸다. 빔 스플리터는 들어오는 빛의 절반을 반사시키는 반사율 50%인 유리다. 박 군이 현미경의 대물렌즈와 프레파라트(시료) 사이에 빔 스플리터를 끼우자 실제로 상이 커졌다. 대물렌즈로 들어간 빛이 거울을 통해 반사되면서 확대된 뒤
 또 한번 대물렌즈를 거치면서 한 차례 더 확대되고, 이후 빔 스플리터를 통해 접안렌즈로 옮겨 가면서 시료가 확대돼 보인다.

 

저배율 렌즈를 사용한 덕분에 현미경의 경통도 짧게 만들었다. 일반적으로 현미경은 렌즈의 배율이 낮을수록 경통의 길이도 짧다. 그뒤 박군은 이 현미경을 보완해 대물렌즈 위에 빔 스플리터를 넣은 형태로 현미경을 최종 제작했다. 학교 현미경이 높이 50cm, 무게 7kg으로 묵직한 반면 박 군이 개발한 현미경은 높이 18cm, 무게 약 250g으로 휴대용으로도 손색이 없을 만큼 작고 가볍다. 박 군은 “현미경을 들고 다니며 양파 껍질이 1000배 확대된 상을 보여주니 친구들이 모두 신기해했다”고 말했다.
 

학교에 비치된 3차원(3D) 프린터로 제작비도 대폭 절감했다. 부품 크기에서 발생하는 오차를 줄이기 위해 컴퓨터로 정교하게 현미경 설계도를 그린 뒤 렌즈와 빔 스플리터를 제외한 나머지 현미경 몸통을 3D 프린터로 출력했다. 박 군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결국 제작비를 5만 원 이하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박 군의 발명품 개발을 도운 이 학교 장길동 물리교사는 “빔 스플리터를 써 보자는 박 군의 아이디어를 듣는 순간 빔 스플리터와 거울의 위치를 조금만 바꾸면 싸고 품질 좋은 현미경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박 군이) 열심히 상(像)을 찾다 보니 상(賞)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